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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마을 이야기(America)/쿠바(Cuba)

쿠바 트리니다드에서의 반나절 투어 'El Cubano'

 

트리니다드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꼽아보니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골목을 다녀보거나

얀꼰비치에서 해수욕을 하거나

아니면 인근에 있는 다른 볼거리를 찾아가는 것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하루 정도는 여행사에 들러 주변을 살펴보고, 투어를 하자고 맘먹었다.

 

"El Cubano"

 

"말을 타고 7km 정도 가서 '엘 쿠바노' 공원을 들러 폭포에서 수영도 할 수 있고, 매력적인 볼거리가 풍부하다."

대략 이런 설명을 듣고, 투어를 선택했다

 

여행사에서 말을 탈 수 있는 곳까지 걸어가(꽤 걸었던 것으로 기억) 우리를 책임져 줄 말을 만나고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트리니다드 골목을 많이 다녔다 생각했는데 마을의 끝은 관광객들이 주로 다니는 길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형형색색의 잘 꾸며진 골목보다 이런 풍경이 좀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 자연스러움 때문일까.

 

우리네 시골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은 쿠바의 시골 모습.

 

말을 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말과의 호흡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말이 그 만의 리듬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가면

나의 몸을 말의 리듬에 온전히 맡겨야 한다.

그렇게 하나가 되어야 우리의 길을 무사히 갈 수 있다.

나의 손짓에 주의를 기울이고, 너의 몸짓에 온 정신을 다하고 그렇게 우리는 같은 길을 간다.

 

어디를 가나 시골 풍경은 참 정겹다.

손인사, 눈인사... 말이 아니어도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게 이럴 땐 얼마나 고마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한적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처음 맛본 사탕수수 음료. 시원하게 얼음까지 넣어주니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TV에서 나올 때마다 어떤 맛일지 궁금했는데 드뎌 알았다. 하지만 만약 얼음이 없이 마셔야 한다면 글쎄...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치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하지만 이내 두번째 지점에 도착했고, 노상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기로 했다.

조잡하지만 가지런히 꽤나 신경쓴듯한 주변 모습이 인상적이다. 투어에 포함되어 있는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ㅠ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절구통에 커피콩을 넣고, 몇 번 두드리더니 투박한 드립 용기에 커피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쿠바식 에스프레소다. 커피 맛은 거칠었지만 현란한 말솜씨와 손놀림에 눈길을 빼앗길 만하다.

 

다음은 시가 체험..

사실, 체험이라 할 순 없지만 쿠바 사람들이 시가를 어떻게 피는지 보여주겠다며 두꺼운 시가 하나를 꺼내 들었다. 뾰족한 꼬챙이로 가운데 구멍을 뚫고, 후~ 입김을 불어넣은 뒤 꿀을 발라 불을 당겼다. 사르르 타 들어가는 시가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으니 한번 해보라고 권한다. 딱히 해볼 것까진 없고, 그냥 흉내만 내본다.

 

드디어 도착한 엘 쿠바노 폭포

하지만! 에게.. 이게 무슨 폭포지? 우리가 봤던 사진과는 완전 딴판인데?...

그랬다. 때는 쿠바의 건기! 가물었던 탓에 폭포엔 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았고, 계곡 역시도 마른 계절을 나고 있었다.

그래서 모두들 멀리서 바라만 볼뿐 차마 뛰어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건기만 아니었어도 나쁘지 않을 풍경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 풍경은 아니었다. 그저 그늘에 잠시 앉아있다가 돌아오는 수밖에...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말을 타고 쿠바 시골길을 거닐었다는 것으로도 나쁘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렇게 위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