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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모로코(Morocco)

하늘 아래 모든 파랑이 모인 곳, 셰프샤우엔

셰프샤우엔은 모로코의 작은 마을이다. 마을 내부에선 차가 돌아다닐 수도 없고, 돌아다닐 필요도 없다. 이런 작은 마을이 어떻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 되었을까. 

 

모로코 여정에서 절실하게 느꼈지만 셰프샤우엔이 유명해진 데는 사진과 SNS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공항? 기차? No. 버스만으로 갈 수 있고, 버스도 그리 많지 않다. 탕헤르에서 셰프샤우엔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 2번, 카사블랑카에선 1번, 그나마 많은 곳이 페스(Fes)에서 5번 정도이니 주요 도시에서 오가는 교통편도 원활하지 않은 작은 마을이다. 정말이지, SNS의 위력은 어마어마함을 느끼며 이곳에 당도했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중에는 포루투갈의 알파마 골목이 가장 복잡하게 얽힌 거미줄 같았는데 셰프샤우엔은 그런 알파마 몇 개를 붙여놓은 것 같다. 굽이굽이 돌면 돌수록 새로운 모습이 나오고, 그 속에서 매력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푸른 마을이라지만 다 같은 푸른색이 아니기 때문에 그 느낌은 더욱 다채롭게 다가오는 것 같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저녁도 먹을 겸 산책도 할 겸 골목 탐험에 나섰다. 스페인의 핍박을 피해 이곳으로 와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마을 곳곳을 푸른색으로 칠했다는 유대인들은 떠나고, 지금은 모기와 같은 해충이 싫어하는 색이라며 흰색과 푸른색을 유지하고 있단다. 한편에서는 파란색 페인트가 가장 쌌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이유 막론하고 이슬람의 땅에 얹혀살다가 떠나간 유대인들이 무참하게 이슬람을 핍박하는 심보는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좁은 골목길에서 헤매다 보니 어느새 셰프샤우엔의 중앙광장인 우타 엘 함맘(Place Auta Hammam)에 다다랐다. 메디나를 대표하는 광장임을 자랑하는 듯 큰 레스토랑과 상점들이 즐비하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아잔(adhan: 이슬람 기도시간을 알려주는 소리)이 가장 큰 소리로 울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메디나 광장에선 쉬거나 오가는 현지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실 광장에선 현지인들이 오가고, 골목에선 여행자들이 오가는 색다른 여행지의 분위기가 셰프샤우엔의 모습이다.

 

셰프샤우엔에선 인생 사진을 견뎌야 한다며 예쁜 골목마다 여행자들 천지다. SNS엔 눈부시게 푸른 셰프샤우엔 마을에서 찍은 아름다운 사진이 천지지만 그런 사진을 찍기 위해선 감수해야 할 것이 많다. 조금 예쁘다 생각되는 곳에선 긴 줄을 기다려야 하는 일은 예사며, 좀 특별하다 생각되는 골목은 사진을 찍기 위해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즉, 사진을 찍기 위해 만들어놓은 곳이라는 거다. 줄 서는 수고로움이야 감수할 수 있지만 아름다운 골목이 천지인 곳에서 굳이 뭐... 그래서 관광객들과 조금의 거리를 두고 걷기 시작했다.

 

여행자들이 많이 다니는 골목만큼 잘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어쩌면 진짜 셰프샤우엔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골목을 걷다보면 이 골목길의 주인은 고양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람이 지나가도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나를 모델로 찍어보렴~'이라는 말이라도 건네듯 포즈도 예사롭지 않다.

 

덕분에 맘에 드는 사진 한장 건졌다. 

딱히 어디라고 주목해 갈 곳도 없이 푸른 골목이 전부인 이 마을이 많은 세계인들의 사랑받을 이유는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