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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도호쿠(東北)

[일본 후쿠시마] 일본의 대표 연관 검색어 료칸(타기노유 료칸)


생각보다 일찍 해가 진다. 조금씩 어둑어둑해지고, 넘어가는 해시계를 따라 배꼽시계도 함께 움직인다. 우리가 가는 호텔지구엔 적당한 슈퍼가 없다하니 시내(?)에서 먹을거리를 간단히 산 후에 료칸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평소 군것질 거리를 즐기지 않는 우리 자매는 편의점 구경만 실컷하고 료칸으로...


히가시야마 온천지구

히가시야마 온천지구는 지금으로 부터 약 1300년 전, 한 스님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한다. 아이즈 지역에서는 꽤 역사적 의미를 지닌 온천으로 풍부한 자연경관까지 갖추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며 이 곳에 있는 몇 몇 온천에서는 게이샤의 공연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운이 좋다면 영화에서 등장하던, 게이샤들이 골목길을 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한가지, 이곳 료칸들은 화려한 색으로 만들어진 유카타를 마련해두고 있어 골라입는 재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타키노유(瀧の湯) 료칸

히가시야마 온천지구 입구에 위치한 온천이다. 계곡 절벽에 위치해 있어 절경을 만끽하며 온천욕을 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저녁 식사시간이 지나면 로비에서 작은 음악회도 열린다. 로비가 관객석이 되고, 건너편 절벽에 지어진 작은 집에서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오카미상으로 보이는 할머니께서 우리를 맞이해 주신다. 오카미상은 주로 료칸의 여주인을 말하는데 료칸의 최고 책임자이자 료칸을 대표하는 마스코트이다. 어찌보면 일반 호텔의 최고 지배인과 같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오카미상이 가지는 의미는 좀 다른 것 같다. 료칸의 어느하나 오카미상의 손때가 묻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 신경을 써야 하며, 료칸의 경영과 함께 지역 내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단다. 일본의 경우 유명 료칸은 대를 이어 운영해 오는 곳이 많은데 그런 경우 료칸의 전통을 이어오기 위해 몸과 마음을 모두 다스려야 하는데 그 과정이 결코 쉽지가 않단다. 꼭 조선시대 종가집 맡며느리가 집안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봉사 3년을 보낸 후에야 겨우 곳간 열쇠를 얻어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료칸을 즐기는 사람은 오카미상을 보고 료칸을 선택할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한다.



신식과 구식의 절묘한 조화? 입구에서 자동문을 통과하면 비닐로 만든 발이 나온다. 이곳을 살짝 걷고 들어오면 료칸으로의 입성이다.

<타기노유 료칸의 로비>

단체여행객이 찾아서인지 처리시간이 길어진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약간의 지체는 때론 즐거움이 될 때가 있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대기도 하고, 기념품점을 구경하기도 하고, 로비에 널려있는 유카타를 보며 무엇이 좀 더 잘 어울릴까 고민해보기도 한다.


드디어 방이 배정됐다. 우리가 향할 곳은....


515호, 오늘 이렇게 하루를 묵고나면 추억의 장소로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게다. 방이름이 つぐみ, 티티새란다.


예전 방문했던 료칸보다는 조금 작은 방이었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있을 건 다 있다. 온돌문화에 익숙해져서인지 이런 다다미방이 편하고 좀 더 익숙하다. 다다미는 온돌의 사촌격은 될테니까(옆에서 건축을 전공한 동생이 다다미와 온돌은 사촌의 팔촌도 안된다고... ^^;). 과거 일본사람들은 이사다닐 때 방의 다다미를 뜯어서 자기 것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어쨌든 유럽에선 호텔에 묵어도 신발신고 다니는 것이, 아무리 해봐도 익숙해지지 않았는데 너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료칸의 화장실은 3개로 분리된다. 샤워실과 변기가 구분되어 있고, 세면대도 분리되어 있다. 입구 문을 열고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게 세면대다. 항상 청결하라고? 이곳에 있는 동안은 계속해서 대욕탕을 이용해서 샤워실은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화장실은 정말 움직이기도 힘들만큼 좁은 공간에 변기만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다.



다다미 방에 유카타가 마련되어 있지만 여성용 유카타는 색색이 고운 것들로 로비에 마련되어 있다. 그 곳에서 자기 맘에 드는 색을 골라 입으면 된다. 유카타를 고르는 재미가 솔솔하다. 왼편에 있는 것이 유카타 위에 덧입는 옷인데(우리로 치면 간이 두루마기 격?) 안내하시는 분들이 제발 이거 집으로 가지고 가지 말라고 하신다. 이걸 들고 가는 사람도 있나보다. 갖고 가도 입지도 못할텐데... 입고 다닐 용기가 있다면 뭐...


내가 고른 유카타는 붉은색에 노란 허리띠이다. 검은색이 좀 더 이뻐보였는데 동생이 먼저 골라서 똑같은건 별 재미가 없을 것 같아 붉은 색으로 골라봤다. 둘이 색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우리 한복처럼 소매가 굉장히 풍성하다. 입고 밥을 먹는데... 꽤 불편하다. 우리 한복은 손 끝에서 겨드랑이까지 곡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따로 노는 것이 없는데 유카타는 곡선형이 아니라 더 넓은 통으로 사각으로 이루어져 있어 지맘대로 펄럭인다. 그래서 내가 찾은 방법! 둘둘 말아서 소매 안쪽으로 끼워넣기. 생각보다 편하다.


한복의 미가 옷고름에 있다면 유카타의 미는 허리를 둘러 묶은 리본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복을 처음 입을 때 옷고름 매는 방법때문에 엄청 쩔쩔맸던 기억이 난다. 방향부터 시작해서 두 줄의 균형 맞추기까지. 유카타의 허리를 묶는 방법도 만만치 않다. 그림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만 보고 묶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료칸에 있던 분께 부탁하니 너무나 정성스레 묶었다, 풀었다는 반복하며 한참만에 완성이 된다.

<리본 묶기 설명서>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오니 이미 방에 이불을 펴놓고 가셨다. 아뿔사~ 잊고 있었다. 이불을 펴주러 다시 들어온다는 사실을... 다다미 방에 들어오자마자 우리 세상이라고 온갖 짐들을 펼쳐놓고 지저분하게 해 둔 상태에서 식사시간이 다되어 뛰쳐나갔는데... 집에서 동생에게 보낸 각종 물건들과 동생이 집으로 보낼 많은 물건들이 너저분하게 펼쳐져있었는데 괜히 욕보인 것 같아 맘이 쓰인다. 다 이렇게 지저분한줄 알면 안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