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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마을 이야기(Ocean)/한중일 크루즈(cruise)

[가고시마] 불의 섬 사쿠라지마 둘러보기



나를 태운 버스는 훼리를 타고 가고시마에서 활화산이 있는 사쿠라지마까지 이동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은 섬으로 이동할 때 배에 차를 태우고 움직이는 것을 본적이 있지만 이렇게 버스를 태우고 움직이는 건 보지 못한 것 같다. 내가 호강하는 것인지, 버스가 호강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비지터 센터를 떠나 이젠 사쿠라지마에 있는 전망대를 향해 달려간다. 내가 버스를 타고 달리고 있는 지금 순간에도 이 땅 저 밑바닥에는 붉은 용암들이 끓어오르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발끝으로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데 정말 이 화산이 살아있는 것일까? 바닥에 귀라도 대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용암 배출로>

사쿠라지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색으로 표현한다면 검은색이라 하겠다. 붉게 솟아 오른 용암들은 열을 날려보낸 뒤 자기 생명의 불씨를 꺼트린다. 붉은 불씨의 흔적이 검은 재로 남아 그 자리에서 굳혀졌다. 그래서 사쿠라지마는 나무의 푸른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검게 보인다. 아직까지도 생명을 꺼뜨리지 못한 화산은 남아있는 재를 바람으로 날려 섬 전체를 뒤덮는다.

일반적으로 화산은 100년을 한 주기로 하여 대폭발을 한다고 한다. 사쿠라지마에서의 마지막 대폭발이 1914년이었다고 하니 100년을 주기로 하는 것이 맞다면 지금으로부터 4년이 지나면 이곳이 불바다로 변해버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현재 일본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활동을 보이는 곳이 이곳 사쿠라지마라 한다. 듣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워낙에 화산폭발이 많은 곳이라 이미 폭발을 대비한 준비가 어느정도 갖추어져 있다. 그냥 보면 물이 흘러내려야 하는 곳으로 보이는데 이 길은 물길이 아니라 불길이다. 화산폭발시 용암이 다른 것들에 주는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이렇게 용암 배출로를 만들었단다. 벌써 이곳엔 몇 번의 작은 폭발로 토사가 쌓여있다. 신기하면서도 놀랍고 무섭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하긴 1914년 폭발당시 2만명이던 인구가 현재 5,800여명으로 줄었다하니 아주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닌가 보다.


지나치며 보이는 풍경은 꼭 우리 시골 마을을 지나다니는 듯한 느낌이다. 바다를 끼고 달리고 있으니 꼭 남해 어디쯤인가를 달리는 듯한 느낌도 든다. 왠지 마늘이 줄지어 늘어서 있을 것만 같은데 사쿠라지마에는 마늘을 대신해 특이한 나무들이 있다. 이름을 들었는데 명확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집집마다 작게는 한 두 그루, 많게는 셀수도 없을 만큼 앞마당에 그득하다. 종이주머니로 싸고 있는 것을 보면 꼭 배나무 같기도 한데 그건 아니라고 했고... 여튼 특이한 나무가 가득하다. 이걸 심어야 복이 온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 두 그루라도 앞마당에 심어놓는가 보다.


<가고시마 특산물들>

아리무라 전망대가 사쿠라지마의 마지막 종점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가고시마의 특산물들 판매하는 기념품점들이 모여있다. 일단 먹는 것부터 살펴보면 기념품 중의 으뜸이라 할 수 있는 것이 고구마다. 1705년 일본에서 최초로 고구마가 전래된 곳이 가고시마라 지금도 전국 최대 고구마 생산지로 유명하다. 요즘은 그냥 고구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구마 가공식품을 많이 파는데 그 가지수가 수백만개나 된단다. 특이하게도 화산재로 이루어진 토양이 고구마 산지가 되는데 한 몫을 했단다. 다음으로는 기네스북에도 올라와 있다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우(사쿠라지마다이콘, 桜島大根), 세계에서 가장 작은 귤(사쿠라지마미카이, サクラゾマミカン)이다. 무심코 지나친다면 그 무우를 보고 분명 호박이라고 했을 것이다. 누런 호박만한 무우, 아마도 내 생애 가장 큰 무우가 될 것이다. 또 다른 특산물들은 화산의 흔적으로 만든 여러가지 물건들이다. 화산에서 나온 것을 현무암이라 하나? 중간중간 구멍도 쏭쏭~ 나 있고,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그런데 그 돌들을 모아서 팔고 있다. 이건 뭐 완전히 대동강물을 판 김선달이다. 그나마 구멍을 내어 만든 화분은 나은 편이다. 사실 화분은 조금 탐나기도 했는데 들고 다닐 것을 생각하고는 바로 포기해버렸다. 엄마가 참 좋아하셨을텐데... 그런데 가격도 만만찮다.


<아리무라 전망대 표지판>

사쿠라지마에는 몇 개의 전망대가 있다. 그 가운데서 유노히라 전망대가 화산에서도 가장 가깝고 최고의 전망을 보여준다고 한다. 아쉽지만 유노히라 전망대 대신 아리무라 전망대에 그치고 만다. 하지만 이곳도 잠깐 드른 여행자에게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가고시마도 한 눈에 들어오고, 긴코만도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특히 5월이 되면 철쭉으로 온 천지가 볽게 물들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곳이란다. 물론 내가 갔을 땐 아직 꽃망울도 터트리지 못하고 있었다. 산책로에 대한 설명, 화산에 대한 설명이 그림과 함께 되어 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꼬마녀석이 한껏 폼을 잡는다. 근데 이 바위산의 모습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 녀석 여기 저기 뛰어다닌다고 정신없다. 그 모습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너무 좋다. ^^


<아리무라 전망대>

아리무라 전망대는 지금 현재 사쿠라지마에서 가장 높이, 가장 분화구와 가까운 곳이라 한다. 원래는 더 높은 곳에 전망대가 있지만 곧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 때문에 그곳은 현재 폐쇄되었다고 한다.

<복을 바라는 동전들>

화산돌 무더기가 쌓여있는 어느 한 지점에서 구멍마다 조심스레 꽂혀있는 동전들을 발견했다. 동서양 어느 곳을 가든지 복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르지 않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 또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조금 가슴이 쓰려온다. 불바다가 되어 피해를 받은 사람들의 아픔도 보이고, 지금 이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도 보인다. 비단 이곳에 살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으리라.


이런 전망을 두고 보지 않았다면 너무 후회했을 것 같다. 탁 트인 곳에서 바라보는 산책길과 바다는 서로 잘 어우러져 풍경을 한층 더 멋있게 만든다.


작은 터널에도 화산재가 날아왔다. 큰 돌들이 더 이상은 나가지 못하고 지붕 위로 쌓여있는 것을 보고는 마음을 쓸어내린다. 휴~

<화산재>

사쿠라지마의 바닥은 이렇게 화산재로 가득하다. 요즘도 이런 화산재가 날아다니니 화산재를 쓸어담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이 주변을 쓸고 있다. 바구니에 가득 담아 여러 명이서 들어 옮긴다. 사쿠라지마 주민들은 집에서 차를 외부에 함부로 주차해 놓기도 힘들단다. 무언가를 덮지 않고 있으면 화산재로 새까맣게 변해버리니까. 그래도 그 사이에서 파랗게 싹을 틔우고 있는 새싹이 보인다. 생명의 힘은 아무도 무너뜨릴 수 없나보다.


저기가 폐쇄되었다는 그 전망대인가?


20~30분 정도 전망대를 산책하고는 사쿠라지마 선착장으로 되돌아 나왔다. 주택단지인지, 콘도단지인지 모르겠지만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있는 것이 일본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제야 회색 구름들 사이로 드문드문 파란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안개도 조금씩 걷히고. 이제 파란하늘을 볼 수 있으려나? 이젠 가고시마 시내를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