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완전히 해가 나왔다. 떠날때와는 완연하게 다른 분위기이다. 구름이 걷히니 멀리 사쿠라지마의 화산 봉우리까지 보인다. 어떤 할아버지께서 몇 년전 사쿠라지마에 왔을 때 화산의 붉은 폭발도 봤었다 했는데 그땐 믿어지지 않더니만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니 완전히 거짓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비롭구나.
크루즈로 돌아오니 이미 돌아온 것인지 아침부터 나가지 않은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지금껏 본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인 것 같다. 4월 날씨답지 않게 쌀쌀하기만 했는데 일본열도로 오면서 날씨가 봄을 넘어서버린 것 같다. 국경선을 넘은게 아니라 시간의 선을 넘었나보다. 어쨌든 보기 좋다. 남들이 편안하게 즐기는 모습만으로도 대리만족을 느낀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고 싶지만 초상권 논란이 심해진 요즘은 그것도 편치 않다. 괜히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 치솟아 오르는 내 마음을 겨우 눌러내린다.
이랬던 하늘의 태양이
어느새
어느새
이렇게 되어버렸다.
순식간에...
순식간에...
배 위에서 멋진 석양을 꼭 보고 돌아오겠다는 내 바램은 가고시마에서 이루어졌다. 늘 깨어있으란 말이 이럴 때를 두고 한 말인가? 한참을 뱃머리에서 기다리다 잠시 뭔가를 가지러 객실에 돌아간 사이에 해는 벌써 저 산을 넘어가려 한다. 정말 몇 분 안되는 시간이었는데... 저 태양은 아주 짧은 시간 장렬하게 자신을 태우고 산으로 넘어가버린다. 아무리 붙잡으려해도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긴 시간, 내 손에 잡힐 것 같다면 이런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 않겠지.
완전히 넘어가버렸다. 봐도 봐도 아쉬운 모습이다.
이 모습 또 볼 수 있겠지? 우리 다른 곳에서 또 만나!
이 모습 또 볼 수 있겠지? 우리 다른 곳에서 또 만나!
석양을 보느라 저녁시간이 되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급하게 먹은 소바가 아직 소화가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를 시켜놓고 샐러드만 뒤적인다. 오늘따라 배의 흔들림은 왜이렇게 심한건지... 식당에 앉아있는데 움직임이 눈에 보일 정도로 흔들거린다. 그러고보니 식당의 테이블은 모두 바닥에 고정되어 있다. 이럴 때를 방지한 모양이다. 이크! 컵이 쪼르르~ 내려간다. 정말 많이 흔들리는 구나. 중심을 잘 잡아야겠어. ㅠ.ㅠ
<저녁메뉴>
결국 파스타는 반이상을 넘게 남겨버렸다. 겨우 한두 젓가락 밖에 못먹은 것 같다. 먹는 것을 엄청좋아하는 내가 이걸 포기했다는건 보통일이 아니다.
이제 여행의 끝이 보인다. 내일이면 마지막 밤. 내일은 이것저것 부산스러울 것 같아 천근만근 무거운 몸이지만 나와 함께하며 많은 것들을 도와준 웨이터들과 기념촬영을 마쳤다. 그들은 단순히 식사보조만 해 준 것이 아니라 많은 즐거움을 주고 친구가 되어준 사람들이다. 언제나 웃으며 대하는 것이 서비스의 기본이겠지만 그것도 마음이 없이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잊지 못할 고마운 사람들이다.
결국 뻗어버렸다. 저녁식사도 포기하고, 저녁 공연도 포기하고 모든 걸 포기해버렸다. 약까지 챙겨 먹고 일찌감치 자리에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까지 잡아가도 모를만큼 정신없이 잠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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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빛 가고시마의 석양이 아름답네요~
사진과 글 잘 보고 갑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지 못해 아쉽지만 마음에 담아왔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죠? ^^
일출과 일몰은 순식간이라...간발의 차를 놓치면 낭패! ㅎㅔㅎㅔ
그나저나, 마지막은 모아월드님 인증샷??? 반가워욧^0^
순간의 포착이 정말 중요하죠. ^^
아~ 이럴 줄 알았음 좀 더 신경써서 사진찍을 걸 그랬어요. 호호~
ㅎㅎ 마지막까지 특별한 선물을 전해주는곳이로군요 - ^ ^
음식들 넘 맛나보여요 ㅠ
그쵸~
이번 여행에서 꼭 배 위에서 멋진 석양을 보리라 다짐했었는데... 제가 꿈꾸던 그런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멋진 모습이었어요.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을만큼...
오!!~~화산이 활동을 하다니 무섭지만..한번 보고는 싶군요!!
어떤 분은 불기둥도 보셨다는... 전 설마했지만요.
그래도 내가 발딛고 서 있는 땅 아래에서 붉은 용암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꼭 한번 다녀오시길... 참, 일본에는 가고시마 말고도 이런 곳이 몇 곳 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