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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Verona] 살아숨쉬는 광장을 통해 베로나를 본다.


■ ■ ■  브라 광장(Piazza Bra)  ■ ■ ■


<Torre Pentagona>

베로나 구시가지로 들어서기 위한 관문인 Torre Pentagona이다. 베로나역에서 버스를 타면 10분도 채 지나치 않아 이 문에 들어선다. 그러면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 로마시대에서 멈춰버린 것 같은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를 만나게 된다. 이곳이 베로나(Verona)이고 그 첫 시작이 브라광장이다.

<브라광장의 분수>

브라광장은 모든 것이 오페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브라광장의 반 이상을 채우고 있는 아레나에서 열리는 오페라 때문이리라. 분수대 조각도 아이다 공주인 것 같다.


<브라광장>

오페라 축제의 열기를 보여주듯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채우고 있다. 오페라가 시작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어 주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그렇게 즐겁게들 시간을 보낸다. 9월엔 엔리오 모리꼬네의 공연도 있나보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그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벅차구나.

<오페라 무대장치>

브라광장의 한켠에는 오페라 무대장치들이 나와있다. 아레나에서는 '아이다', '투란도트', '나비부인',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가 반복하면서 공연된다. 무대 규모가 엄청난데 거의 매일 공연 스케줄이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매일 낮엔 무대장치를 설치하고 그 담날엔 철거, 또 다시 설치가 반복된다. 엄청난 규모의 무대 장치들을 모아두니 크게 한자리를 차지한다. 지금 보이는 무대장치들은 아이다, 나비부인의 무대장치인듯 보인다.

<아레나>

고대 로마시대(자그마치 1세기란다)의 원형경기장이다. 현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원형경기장이다(로마의 콜로세움, 산타 마리아 카푸아 베테레의 원형경기장 다음). 로마시대의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만큼 원형 그대로 깨끗하게 잘 보존되어 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에는 베로나 시민 모두가 이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었고, 지금도 2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단다. 베로나의 상징으로, 볼거리로 당연 첫번째이다.


아레나 가까이로 다가오니 말을 탄 경찰관들이 있다. 그들의 역할이 주변 치안담당인지, 관광객들과 사진촬영인지 명확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다들 이 앞을 그냥 지나쳐가지 못한다. 그 경찰관들도 그것을 즐기는 듯 하다. 때론 포즈를 지어보이면서 사진에 응해주니 말이다.


<광장의 행위 예술가들>

뭐니뭐니해도 유럽에서 광장을 채우고 있는 주인공들은 다양한 분장과 포즈로 자리잡고 있는 거리의 행위 예술가들이지 싶다. 누가 많은 돈을 준대도 어려울 것 같은데 그저 자신의 예술적 혼을 불태워보겠다고 나와 무거운 옷차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꺼운 화장과 거추장스러운 옷, 무거운 장신구... 뜻이 없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그런데 저 찰리 채플린은 살짝 농땡이 치고 있다. ㅎㅎ


■ ■ ■  에르베 광장(Piazza Erbe)  ■ ■ ■


<람베르티탑>


 
<에르베 광장의 상점들>

브라광장을 떠나 5~10분 정도 걸어올라오면 에르베 광장에 도달한다. 에르베 광장도 로마시대부터 명맥을 유지해오는 곳('포룸'으로 사용되었다)으로 현재는 많은 노점상들이 그 자리에서 오픈 시장을 열고 있다. '에르베'라는 말은 '약초'라는 뜻(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말은 '허브(Herb)'이다)인데 과거부터 이곳에서 약초시장이 열려서 그리 불리기 시작했단다. 대구의 약전골목이 생각난다. 에르베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은 한 눈에도 고 건축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그 고전성은 낙후되고 시대에 뒤진 고전이 아니라 우아하면서도 위엄있고, 고풍스러운 모습이다. 벽면을 채우고 있는 그림들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의 깊은 마력을 지녔다.
높이 솟아 있는 것은 베로나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람베르티탑이다. 람베르티탑은 에르베 광장과 시뇨리 광장을 가로질러 있다.

<에르베 광장의 조형물>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조형물 옆쪽엔 분수대가 있는데 이 분수대 가운데 있는 동상도 로마시대에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유지되어오는 것이라고 한다. 대단하다. 하긴 로마를 제외하고, 그 옛날 로마시대의 유적이 가장 많이 남겨져 있는 곳이 베로나라고 하니 그렇기도 하겠다.


<베네치아 사자상>

에르베 광장의 북쪽에는 베네치아 사자상이 있다. 이 사자상은 1405년 베로나가 베네치아 제국에 합병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한다. 하나하나의 도시국가로 먹고 먹히는 이탈리아의 흔적이 주변 곳곳에 남아 있다. 뒤쪽에 있는 화려한 건물은 팔라초 마페이이다.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벽화>

오래된 것은 무조건 부수고, 없애고 보는 우리가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오래되었다고 해서 모두 다 쓸모없음이 아니라는 것을 이탈리아는 너무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역사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그들은 언젠가는 다시 그 영광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옛날 로마시대의 모습과는 다른 어떤 형태로.

<에르베 광장의 오픈 시장>
시장이기도 하고, 노천 카페지역이기도 한 에르베 광장은 브라광장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높은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안전한 성에 자리잡은 정원처럼 편안함과 즐거움을 함께 추구할 수 있다. 당시에는 베로나 시민들이 이곳을 가득 채웠겠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쩌면 좀 더 깊이 베로나를 알 수 있을까' 생각하며 말이다. 저기 까페 벤치에는 앉지 못하더라도 길거리 어디에 있어도 그 느낌은 함께 공유할 수 있다.


■ ■ ■  시뇨리 광장(Piazza del Signori)  ■ ■ ■

 
<시뇨리 광장>

시뇨리 광장은 단테광장이라고도 불리는데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정중앙에 19세기에 세워진 단테 동상이 있다. 이 주변의 건물들은 대개 12세게~14세기에 걸쳐 세워진 것들이다. 중앙에 단테가 턱하니 버티고 서 있으니 그 포스가 광장까지도 위엄있게 보이게 한다.


단테가 아무 관련이 없어보이는 이 시골마을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베로나에서는 이 큰 광장까지 제공하는 것일까? 여기를 지날 때에는 그저 작은 궁금증에 불과했다. 베로나에서 베네치아를 거쳐 피렌체로 갔을 때 그 곳에서 다시 단테를 만났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단테가 정치적인 문제로 피렌체에서 추방되어 건너온 곳이 베로나였고, 이곳에서 칸그란데 1세의 후원을 받아 6년간(1312~1218) 지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유명한 신곡의 천국편의 1~17곡까지를 베로나에서 썼다. 그는 신곡의 '천국'편을 칸그란데에게 바쳤다고 한다. 뒤쪽에 보이는 건물(로지아 델 콘실리오)이 칸그란데가 살았다는 건물이다. 건물 위쪽에는 로마시대 명사들의 동상들이 줄지어 서 있다. 단테 뿐만 아니라 조토(피렌체에 가면 진짜 많이 나온다)도 이곳으로 초빙되어 와서 지낸 곳이라고 한다.



<단테상>

손을 턱에 괴고 단테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 서 있노라면 그가 지닌 상상의 세계에서는 무수한 낱말들과 시구들이 서로 엉겨붙어 언제쯤 튀어나갈 수 있을지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그 누구든 시인이 되고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곳이 베로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