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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Venezia] 아침을 여는 수산시장



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을 가장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시장이 아닐까. 대개 흥미로운 시장들은 오전에 잠시 열리는 경우가 많아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제대로 보기가 힘들다. 다행히 운이 좋았던 탓에 오전 나절에만 여는 수산시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내가 찾은 시간을 보면 거의 파장 직전에 드른게 분명하다. 베네치아에서 싸고 신선한 생선을 사려한다면 두말할 필요없이 이곳으로 향하면 된다.


시장에서 파는 물건은 똑같은데 시장의 분위기는 가는 곳마다 다른걸보면 오가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큰가보다. 여기에서 파는 것들, 우리 동네시장에도 다 있는데 이상하게 딴 세상에 와 있는 것 같다. 간간히 흥정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래, 시장은 흥정이 있어야 맛이지. 눈살을 찌푸릴만큼 과하지 않다면 흥정도 큰 재미거리이다. ^^ 때론 불편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대형마트가 없어 이탈리아가 조금 더 좋아진다.



동네마다 들어서고 있는 대형마트는 편리함을 주지만 살아가는데 중요한 다른 것들을 앗아간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작은 슈퍼를, 가능하다면 재래시장을 이용하려고 노력한다. 대형마트는 소비자의 필요보다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것들을 갖추어놓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너희가 맞춰'라고 무언의 압력을 가한다. 가진자들의 횡포, 대기업의 횡포!
꽤나 번성했던 베네치아의 시장도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물론 베네치아에는 대형마트가 없다. 섬 입구에 하나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대형마트와는 다르다. 그런데 이곳의 시장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대형마트 때문이 아니라 자꾸 육지로 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으로 본다면... 일단 다른 곳에 비해 물가도 비싸고, 교통수단을 이용하기에도 번거롭고, 차오르는 물때문에 고민해야 하고, 끊임없이 찾는 사람들로 인해 항상 시끌벅적하다. 그러니 좀더 편리한 육지를 향해 나가는 것도 무리는 아닌듯 싶다.


이탈리아에서는 유난히 장보는 아저씨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노신사의 모습이 너무 정겹다. 하긴, 한국의 남성들도 많이 변했지. ^^


요리에 관한 한 두번째라면 서러울 이탈리아이니 식재료들을 구경하는 것도 큰 볼거리다. 일단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와인행렬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싸고 맛있는 와인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 물론 갈길이 먼 나는 눈도장만 찍고 다닌다. 저 향신료들로 맛을 낸 음식에 와인을 곁들여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면서 잔을 기울일 수 있다면 세상에 부러울게 없을 것 같다.


일찍부터 기념품점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 비와 폭풍이 가득하던 어제와는 영판 다른 모습이다. 이런 재미를 더 느끼고 싶건만 곧 떠나야할 시간이 다가온다. 그래서 맘만 급해진다.




생각과 기분을 언제나 무참히 들켜버리는 나에게 가면은 상당히 매력있는 아이템이다.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나 똑같은 표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너무 부럽다. 남들은 가능한 그게 왜 나는 안될까. 아마도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내공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인가 보다.


과거에도, 지금도 변함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 베네치아를 우리 후손들도 똑같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박물관 한쪽에 걸어두고 '예전엔 이랬었어'라고 해야한다면 다시 찾은 이곳이 너무 슬프게 다가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