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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아씨시] 영성과 예술이 함께하는 성 프란치스코 성당(Basilica di San Francesco)


<아씨시의 매력, 골목길>

아씨시에서는 뭘 하면 좋을까요? 첫번째도, 두번째도 골목산책이라 얘기하고 싶다. 하루종일 걸어다녀도 심심하지 않을만큼 아기자기하고 매력적인 골목들이 가득한 곳이 아씨시다. 촘촘한 거미줄처럼 아래로, 위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미로같은 골목들을 오가면 행복감에 절로 웃음이 번진다.


가로등 조차도 동화스러운 아씨시


코무네 광장을 떠나 10여분, 성 프란치스코 성당이 보인다. 아씨시의 시계는 중세의 어느 시점에서 멈춰버렸나 보다. 삐뚤빼뚤 쌓여있는 돌덩이들의 모양은 모두 다르지만 이상스럽게 잘 어울려 보인다. 부러운 마음에 괜히 한번 쓰다듬어 본다.


이 즈음에서 인증샷도 한번... ^^

<성 프란치스코 성당 상부교회>

프란치스코 성인의 무덤이 있는 곳에 지어진 성당, 세기를 넘어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참여한 공사인 만큼 규모도 크고, 예술적 가치도, 신앙의 의미도 깊은 곳이 되었다. 평소 프란치스코 성인이 부르짖었던 평화가 메아리가 되어 귓가에서 울리는 것 같다.



오 주여!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여 주십시요.

위로받기 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십시요.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성 프란치스코 <평화의 기도>



<화단의 장미>

그저 장식을 위한 장미화단이지만 이곳 아씨시에선 장미 한송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곳은 아니지만 예전 프란치스코 성인의 장미정원은 아씨시의 기적으로도 유명하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세상에 대한 욕망과 욕정이 생길 때마다 예수님의 고통을 생각하며 장미덩굴에서 마구 뒹굴었다. 그런 성인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하느님은 성인의 장미정원에 있는 장미의 가시를 모조리 없앴다고 한다. 더욱 신기한 것은 외부에 있는 가시 장미를 이곳으로 옮겨심으면 가시가 모두 없어지고, 이곳에 있는 장미를 외부에 옮겨심으면 다시 가시가 생긴다고 한다. 꼭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 그곳까지 가보진 못했지만 성당 앞 작은 장미 한 송이로 성인의 그 마음을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

<상부성당 입구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1997년 가을, 움브리아에 일어난 진도 7의 지진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그 흔적은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고요한 전원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덩달아 고요해 진다. 음악가가 이 곳에 왔다면 감미로운 선율을 만들어냈을 것이고, 작가가 이곳에 왔다면 주옥같은 글을 써내려 갔을 것이다. 나는...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상부성당 입구>

문이 닫혀있어 아래 하부성당으로 고고~

<성당에서 바라본 움브리아 전경>

가슴이 확~ 뚫릴만한 풍경이다. 성당에 들어가봐야 하는데 여기서 멈춰 섰다. 가지런한 담너머로 보이는 전원지대의 풍경이 우리의 시골과는 다른 정서를 가지게 한다. 그저 바라보기만 할뿐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하부성당>

상부성당, 하부성당, 지하성당... 어디로 찾아가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하부성당으로 들어갔는데 허걱! 미사가 시작되는 것 아닌가. 내가 아씨시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과 둘러봐야할 곳, 빠르게 계산을 하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아씨시에선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는데...'라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하지만 이상하게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고와 몸이 분리되어 버렸다. 내가 깊은 신앙을 가졌거나 프란치스코 성인에 대한 깊은 신심을 가진 건 아닌듯 한데 이상하게 발걸음을 뗄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앞자리로 가서 미사를 드렸다. 미사를 드리고 나니, ㅠ.ㅠ 문닫아야 한다고 나가란다. 흑흑! 내 이럴줄 알았어.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들은 지하로 간다. 나도 모른척 쫓아가니, 아~ 프란치스코 성인의 무덤이 있다. 그리고 많은 수사님들이 장궤를 하고 기도를 하신다. 세계각국의 프란치스코회 수사님들이 모여 아마도 저녁기도를 바치시나 보다. 언뜻 한국인 수사님도 계시는 듯 하고... 나도 잠시 앉아 알 수 없는 기도를 함께 바치고 나온다. 흥부옷같이 겹겹이 누벼입은 성인의 누더기 옷이 인상적이다. 정말 가난을 생활화하셨구나.

<상부성당 어딘가>

결국 다음날 성당을 다시 찾았다. 처음부터 이곳에 올 생각은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어제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다시 오지 않았음 큰일날뻔 했다. 진짜 프란치스코성당을 제대로 못보고 돌아가는 것과 같은 것이었을거다.


<상부성당>

프란치스코 성당의 백미, 상부성당이다. 조토가 그린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1290~1295)] 28개의 연작 패널화가 입구부터 제대까지 이어져 있다. 예전 평화방송에서 1997년 지진으로 무너져내리는 성당을 본적 있다. 관람객들이 벽화에 정신이 빼앗겨 둘러보는데 갑자기 천정이 우르르~ 무너져 내리면서 하얀재가 날리는 거였다. 지금도 복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중간중간 빈틈이 보이지만 그래도 놀라움을 일으키기엔 부족함이 없다.

<성가대석과 교황옥좌>

나무로 만든 성가대석과 멀리 보이는 것은 13세기 교황이 앉았던 돌로 만든 옥좌이다. 지하 프란치스코 성인의 무덤이 신앙의 정점이었다면 이곳 상부성당은 예술의 정점이다.

<시스토 4세 정원>

대성당과 성물방을 거치면 나오는 곳이 시스토 4세 정원이다. 대성당 상부 회랑을 설계하라고 말했던 교황 시스토 4세의 이름을 딴 것으로 1474~1476년에 지어졌으며 회랑 안쪽으로는 수도원이라 한다. 이렇게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에 사시는 분들은 저절로 기도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이곳에 있다고 해서 기도를 저절로 하지 않을 것처럼 좋은 장소에 있다고 해서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


역시 성당에서 보는 전경은 일품이다. 그냥 밭이고 나문데 어떻게 사람마음을 동하게 하는지... 아~ 여기서 살고 싶단 생각이 굴뚝같다. 꼭 다시 와야지.
반드시... 필히!!!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