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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마을 이야기(Ocean)/하와이(Hawaii)

우주의 9번째 행성?! 빅아일랜드 화산국립공원



‘빅 아일랜드에서 하루가 주어지고 단 하나만 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무엇을 하겠는가?’ 하와이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 그는 두말없이 ‘화산국립공원으로 향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화산이라고? 왜?’하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답을 알고 가는 길은 안정적이긴 해도 별반 재미는 없지 않는가. 일단 그를 믿고, 안정보다는 재미를 찾아 빅 아일랜드에서의 여정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화산국립공원 모형도>

<비지터 센터>

하와이에 있는 2곳의 국립공원 중 하나인 화산국립공원은 힐로공항에서 11번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입구에 도달할 수 있다. 입구를 지나는 순간 내가 탄 차는 우주를 떠도는 하나의 우주선으로 변한다. 우주선의 생명은 단, 이틀. 이틀 동안은 공원일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일단 비지터 센터를 통해 주지해야 할 사항을 파악한 후 다시 우주선에 오른다.

 

비지터 센터를 떠나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Steam Vents이다. 살짝 내려놓은 창 너머로 스며드는 자극적인 향은 어디에선가 맡아본 익숙한 향이다. 그래, 일본 화산지대에서 맡아본 유황냄새다. 그렇담 이곳도 아직 살아있는 화산이라는 뜻이다. Steam Vents에 가까워질수록 화산의 생명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발을 타고 올라오는 뜨끈뜨끈한 열기와 마치 습식 사우나에 들어온 듯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작은 수증기 알갱이가 온 몸을 감쌌다. 바닥에 살짝 손을 대어보니 상당히 뜨거운 온도가 전해진다. 정말이지 화성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 것만 같다. 실제로 NASA에서 화성탐사 로봇의 시운전도 이곳에서 했다고 전해지니 지구상에서 가장 우주에 가까운 곳이 이곳이 아닐까 싶다.


<Steam Vents>

 

생명력이 느껴지는 곳이어서일까? 사람들은 이곳을 행운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온갖 종류의 동전들이 움푹파인 구덩이 속에 가득하다. 어디든 행운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멈추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에 놀라고 있을 찰나,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른 사람들의 표정은 연신 웃음으로 가득하다. 빅 아일랜드에 도착하면서부터 뿌려대던 비가 멈추지 않아 내 여행의 하루도 찌푸려지려나 하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화산국립공원은 비오는 날 투어가 제격이라 한다. 적당히 시야를 가려주는 안개와 솟아오르는 수증기가 결합하여 지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환상적인 경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여행에 있어서 유독 행운아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법칙이 하와이에서도 통하는구나 생각하니 경직되어 있던 내 표정도 조금은 풀리는 듯 하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화산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한번 터진 화산이 넓은 분화구를 만들었는데 시간이 흐른 후 그 분화구 안에 또 다시 화산이 터지면서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을 만들어냈다. 일반적으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곳이 흔치 않다는데 빅아일랜드 화산국립공원에서는 간간히 볼 수 있다.




땅의 색이 다른 건 화산이 폭발한 시기가 달라서 그런 것이다. 계단식 논처럼 화산은 묘한 풍경을 만들었다.


그리고, 죽음의 세상에서 살아남은 꽃도 있다. '어둠이 빛을 이긴 적은 없다!'라는 말에 확신을 가지게 해 주는 레후아꽃이다. 선명한 붉은빛을 띄며 활짝 피어나니 화산의 붉은 빛도 삼켜버릴 수 있을 것 같다.

<Jaggar Museum>

그저 화산에 대한 기본정보를 얻고자 찾아들어간 Jaggar Museum에서 예상치 못했던 사람? 아니 신을 만났다.


대부분의 신들이 인간을 어여삐 여겨 보살핀다는 전설과는 달리 하와이를 대표하는 불의 여신 펠레는 서슬퍼런 인상을 가졌다. 어찌된 일인지 그리 많은 사진(그림) 중에 온화하게 미소진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진짜인지, 거짓인지 박물관 내부에는 펠레의 굳어진 눈물, 머리카락도 전시되어 있다. 초상화까지야 그렇다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전시된 눈물과 머리카락을 보니 공포감이 엄습한다.

<펠레의 눈물과 머리카락>


하와이 화산의 이글거림과 잠잠함은 모두 그녀의 손에 달려있다니 괜히 펠레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자칫하다간 그녀의 성난 머리카락에 발이 붙들려 분화구로 빨려 들어 갈 것만 같다.


화산이 폭발했을 때 일하던 사람들의 복장이다. 이정도로도 충분히 처참하지만 어쩌면 이 정도인게 다행이라 생각해야할지도 모르겠다.

<화산 폭발 당시의 모습>

<레후아꽃>

이렇듯 공원 내에서 펠레의 흔적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와이에서만 볼 수 있다는 하얀 봉우리에서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있는 빨간 꽃잎의 레후아꽃(Lehua Blossom)도 펠레의 전설이 만들어낸 것이다. 연모하는 마음을 가진 이에게 사랑받지 못한 한 여신의 증오도 진정한 사랑을 막을 수 없었다는 의미가 담긴 레후아 꽃은 죽어서 이룬 사랑을 자랑하는지 새빨갛게 피어있다. 레후아꽃을 보면 그리운 연인을 만나게 되고, 이 꽃을 꺾으면 비가 온다는데 오늘은 누군가에 의해 꺾어졌나 보다.


<할레마우마우(Halema'uma'u Crate)>

박물관 앞 전망대에서는 펠레의 궁전이라고도 불리는 ‘할레마우마우(Halema'uma'u Crate)’도 보인다. 할레마우마우는 분화구 안에 또 다른 분화구가 있는 특이한 모습인데 아직 살아있는 분화구이다 보니 몇 번의 분출로 이렇게 독특한 모양을 만들었다. 지금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지만 앞으로 몇 번의 분출이 더 있을지 알 수 없으니, 그 분출에 따라 변화될 펠레궁전의 모습도 궁금해 진다.

<네네를 보호합시다!>

'네네'는 화산국립공원에 살고 있는 거위과의 새다. 하와이 전역에 살고 있지만 멸종 위기여서 곳곳에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간혹 이곳에서 네네를 봤다는 사람들이 있던데 조심스레 아무리 살펴봐도 네네는 보이지 않는다.

화산국립공원에서는 네네에게 먹이주는 것을 금지한다. 먹이를 주면 자꾸 사람들에게 접근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야생동물이 아닌 사람에게 익숙한 동물이 되어버릴 수도 있고, 차에 잘못 접근하면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해서 금지하는 듯 하다. 야생동물이 야생의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훌륭한 자연애호 활동이다. 자연에선 자연이 우선되어야 한다!


영화에서 본 보안관 아저씨 모습을 하고 있는 공원관리 아저씨다. 그저 그 모습이 좋아 한번 찍어봤다. ^^

  • 아...그런데 죄를 진것이 하도많아서 그런지..
    꼭 저런 화산.... 이런곳에 가면...무슨 벌 받을것 같아..저같은 사람은...덜덜..

  • Ranee (Voyager) 2012.06.25 02: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적다면 적을 수도 있겠지만 많다면 많다고도 할 수 있는 여행을 통해 왠만한 풍경(?)들은 본 것 같은데
    아직 못 본 것 중에 가장 궁금하고 보고 싶은 것이 끓고 있는 화산의 모습이랍니다.
    지난 번 정글의 법칙에서 야수르 화산이 나왔을 때도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
    화산 하면 하와이를 또 빼놓을 수 없는데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는 그런 모습도 볼 수 있는 건가요?
    수증기가 피어 오르는 모습만으로 실감이 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이런...!!! 자러 간다고 하고 해놓고 또 한시간이 흘러 버렸네요.
    이젠 진짜 잠을 청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다 늦잠 자서 출근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네요.

    • 일상적으로 그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대부분 금지구역이래요. 다만 운이 좋다면, 그리고 밤에 이곳을 찾는다면 붉은 용암을 볼 수 있다고도 하네요. 저도 아직 보지 못해서...
      제겐 감사하고 좋은 일이지만 라니님께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지체하셔서 힘든 하루를 보내신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힘내서 즐겁게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