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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주코쿠(中國)

시오미나와테를 걸으며 만난 무사의 저택



호리카와 유람선을 타기로 하고 마쓰에성을 나왔는데 간발의 차이로 배는 떠나버리고 다음 배는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지금은 잠시 헤어진 일행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정해져 있어 여러가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아쉽지만 유람선을 버리고 마쓰에시 산책을 선택했다. '우리 유람선은 내일 아침에 나와서 타고 마쓰에를 떠나자'고 다짐하면서... 물론 그 다짐도 다음번으로 미뤄야했지만 말이다. ㅎㅎ


선착장을 지나 시오미나와테를 향해 가는 길. 호리카와를 버리고 나니 여유는 많이 생겼는데 딱히 어디를 가야 할지 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일단 발이 가는데로, 맘이 가는데로 걸어간다.


천정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독특한 재미가 있는 유람선이라고 마쓰에에 오면 꼭 타보라고 한결같이 권했는데 결국은 말로만 들은 셈이다. 지금쯤이면 따뜻한 고타쓰가 설치되어 있겠구나. 겨울에 타보는 것이 오히려 더 일본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합리화하면서 물길로 유람선을 흘려보냈다.


오래된 흔적이 남아있으면서도 구차하지 않고 오히려 정갈함이 가득한 일본의 골목은 언제나 오래도록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라 마음이 급하지만 살살~ 달래가며 골목을 헤멘다. 그러다가 찾아 간 곳은???


메이메이안이라는 곳이었는데 추정컨데 차와 관련된 어떤 곳이 아닐까 싶다. 다도체험도 할 수 있는 그런 곳인 것 같았는데... 안쪽으로 살짝 들어갔다가 그냥 나온 것이라 정확한 정보는 없다. 하지만... 굳이 체험이 아니더라도 이 곳에서 바라보는 마쓰에성의 모습이 진풍경이니 한번쯤 들러볼만도 하다. 잠시 쉬어가도 좋고...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여름날이다 보니 모기가 무척 많다는 거다. 악독한 모기들이 마구 침을 찔러대는 바람에 어찌나 흉칙한 모습이 되었는지... 몸서리 쳐질만큼 차가운 날씨에 모기 운운하니 그 여름이 그립구나. ^^


시오미나와테 거리는 해자를 따라 곧게 뻗은 작은 길이다. 오른쪽에는 일본의 전통가옥들이 줄지어 서 있고, 왼쪽으로는 키가 큰 나무들과 해자가 있어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로 위 차들만 없다면 에도시대의 모습과 크게 다를바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일본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늘 언급되는 의미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의 무사, 시오미의 이름을 따서 만든 길이니 무사의 길이라 칭해도 되겠다. 길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집들은 당시 중급 무사들의 집들이라고 한다.


드디어 무사의 저택에 입성했다. 에도시대부터 중급 무사들이 살기 시작했던 이곳은 일본 전역에서도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아 역사적으로도 귀하게 여겨지는 곳이기도 하다. 1733년 화재가 난 뒤 재건된 것이지만 그 후 30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으니 화재 후 이어진 역사도 만만찮다.

▶ 입장료: 300엔(외국인 할인 150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개장(겨울철 오후 5시까지)
 
20분 전까지 입장완료

<객실>

입구를 들어서서 첫 번째로 보이는 건물은 손님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손님용 현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객실이 연결되어 있어 무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했을 공간이다. 무사들은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생활을 했기에 손님들이 오가는 곳과 자신이 생활하는 곳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당시 사용했던 일상적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고, 다른 곳에는 무사가 사용한 칼과 옷 등이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왔던 건 주방과 연결된 일상생활 영역이었는데 지금도 몸만 들어가면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게끔 다양한 일상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주방>


주방의 모습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가 담겨있는 물품들이 있어 더욱 재미있었는데요. 외부와 실내에 반반씩 드러난 물독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물에서 물을 길러 안으로 들어가려면 번거로웠을 텐데 그런 번거로움을 해소하고자 물독의 반은 밖으로, 반은 안으로 이렇게 배치했네요. 아~ 역시... 똑똑해야 손발이 고생하지 않습니다.

 


이건 목욕탕이다. 지난번 후쿠시마에 갔었을 때 야외온천에 이렇게 1인용 욕조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것과도 비슷하다. 우리 사극에서도 볼 수 있는 그런 목욕탕인데 혹 히노키로 만든 욕조일까? ^^;


이곳은 지금은 무사의 저택을 찾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만든 휴게소. 예전엔 이곳을 미소배야, 즉 된장독을 보관하던 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장독대처럼 생긴 푸른 의자가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무사의 저택에도 뒤쪽으로는 멋있는 정원이 펼쳐진다. 오래된 나무들이 얼기설기 엮여 있는 모습이 꾸며지지 않아 더 멋있어 보인다. 사당처럼 마련된 곳에도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마쓰에시에는 도교레쓰(10월 3번째 일요일)라는 행사가 있는데 큰 북을 가마에 싣고 전통의상을 입고 거리를 행진하는 것이다. 박력있게 두드려대는 북소리가 엄청나다는데... 들어보진 못했지만 북의 크기로 봐선 세상을 울리는 소리가 난다해도 믿을 것 같다.

무사의 저택 출입구인 이곳은 '나가야문'이라고 해서 무사들의 저택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이라 한다. 다시말해 대문과 무사의 하인들이 거주한 방이 붙어있는 것인데 하인들은 옆으로 보이는 창으로 적들이 침입하지 않는지 계속해서 살폈다고 한다. 일종의 경비초소가 된다.


시오미나와테를 걸으면서 자꾸만 눈이 가는 것이 제멋대로 생긴 것 같은 나무들의 모습이다. 곧게 선 나무가 있는가 하면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나무도 있고, 완전히 쓰러져버릴 것만 같은 나무도 있다. 무슨 이유로 이렇게 희안한 모양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자에게는 또 한번의 웃음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아 감사히 감상하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