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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주코쿠(中國)

일본을 고스란히 담은 풍경(신사&아시유)



여행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이유는 예상치 않게 만나게 되는 여행지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드시 그 곳이어야 하는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여행지로 향한다. 유명한 여행지도 좋지만, 콕 찝어 가겠다고 계획하진 않았지만, 의외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들이 있어 내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마쓰에에서 만난 가베관이 그랬고, 독특한 모양의 신사, 아시유 등이 이번 여행에서 그런 곳들이었다.


뿌옇게 내려앉은 하늘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 무채색으로 둘러싸인 건물이 약간의 스산함을 느끼게 하지만 누구든 막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듯 시원스럽게 문을 열어재친 신사는 지금까지 보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을 주어 자연스럽게 신사 안으로 발길이 이끈다. 시원스레 문을 열어주었으니 몸과 마음을 모두 정갈히 해서 들어가는 건 내가 해야할 일이겠지?


이 곳이 어디인지 알길이 없어 그냥 쭈욱~ 들여다보기만 했는데 답을 알아냈다. 다음 날 아침, 마쓰에시를 한 눈에 둘러보도록 해주는 일종의 시티투어 버스, 레이크라인을 타고 지나간 정류장이 신사의 이름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이곳의 이름은 수에츠구(須衛都久)신사. 작지 않은 규모의 신사에 지키는 사람 하나없으니 신비한 세계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마도 신사의 안을 들여다 본 것이 처음이라서 그런가 보다. 놀랍다.


신사를 많이 가보지 못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훤히 열려있는 신사를 발견한 건 처음이다. 한자로 봐서는 오래된 마쓰에시를 지키는 많은 신들이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알길이 없다.

한참을 들여다 보는데 그 느낌이 참 묘하다. 뭔가 신성한 곳을 몰래 엿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들어와서는 안되는 곳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하고. 일본의 신들에 대해선 아는게 별로 없지만 일단 신의 영역이라고 하니 인간의 영역과는 다르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근접할 수가 없는 곳을 몰래 엿보고 있으니 얼마나 간이 콩알만해졌는지... ㅎㅎ 그래도 무사히 돌아온 걸 보면 날 잘 지켜준 것 같다.


역시 다른 신사들과 같이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적힌 종이들이 가득하다. 새하얀 백지에 정성을 다해 곱게 써 내려간 그들의 소원은 지금쯤 다 이루어졌겠지? 아니면 내일이면 다 이루어지려나? ^^


여기에도 소원의 종이가... 저 멀리 나무에도 소원의 종이가... 나무가 커가는 만큼 조금씩, 조금씩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꼭 노란 손수건을 나무에 매달아놓은 것 같다~


도리이가 신사를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걸 보니 신사를 나와도 아직 신의 영역에 내가 있나 보다. 이런 것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너무 재밌다. 그래서 끊을 수 없는게 여행인가 보다.


호텔로 돌아가야한다고 생각하고 가베관에서 출발한지 벌써 1시간 30분... 아이도 아니고 지나치는 모든 것이 눈에 들어와 호텔까지 가는 길이 천리길이다. 학교 갔다가 오락실, 군것질 꺼리에 한 눈이 팔려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가 된 것만 같은데 그래도 기분은 너무 좋은걸 보니 아직 덜 컸나 보다. 여튼... 이번에 멈춘 곳은 호텔 가까이에 있는 아시유다. 마쓰에 신지코 온천역에 있는 아시유인데 아마도 먼 길 떠나는 사람을 위해, 먼 길 떠나 마쓰에로 온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마쓰에시의 선물인가 보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시간이라 좀 어둑어둑하지만 족욕에는 시간제한이 없으니 지금까지 걸어온다고 고생한 다리부터 좀 쉬게 해줘야겠다.


평소에 보던 아시유는 그냥 탕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마쓰에 신지코 온천역에 있는 아시유는 부처님이(모자를 씌워놓으니 스님처럼 보이기도 하다) 한 분 서 있다.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고 잠시 앉아 있으니 어린 자매가 물건을 가득히 담은 비닐주머니를 들고 이 곳으로 와 자리잡더니 동생은 부처님(?)의 머리에 온천물을 붓는다. 아마도 신사에서 어떤 행위들을 하듯이 이곳에서도 그런 상징이 담겨 있나보다. 그리고 잠시 후 찾은 어떤 분은 이렇게 물을 끼얹고 돈을 앞에 있는 상자에 담는다.

잠시 앉아 있다가 가는 이 작은 자매가 어찌나 귀엽던지... 자기보다 더 큰 비닐봉지를 들고 가는데 언니는 동생을 어찌나 잘 살피던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친절하게도 우리 사진까지 찍어준단다. 부탁도 안했는데... 감사히 한 장 찍고 함께 찍자고 하니 됐다면서 가버렸다. ㅎㅎ


우리도 그들처럼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고 정신없었던 하루 피로를 풀었다. 저녁에 온천으로 풀어야 하는 피로는 쬐금 남겨두고 말이다. 아~ 지금같은 날씨엔 우리 동네에도 아시유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간절하다. 그렇담 정말이지 매일매일 그곳에서 바위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