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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영국(United kingdom)

영국 남부 해안도시 브라이턴(Brighton)으로 가는 길

 

이번 영국여행은 본의 아니게 "즉흥여행"이 컨셉이 되어버렸다. 평소 어느 정도의 자료조사와 함께 계획을 가지고 떠나는게 일반적이었지만 떠나기 전날까지 밤샘까지 하며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어 자료조사는 커녕 가고 싶은 곳에 관련된 어떤 것도 찾지 못하고 떠났었다.

 

"일단 가서 부딪혀보자~"

내 의사와 상관없이 그렇게 되어버렸다. 아~ 여행의 반은 준비하면서 가지게 되는 설레임인데...

어찌됐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와서는 그걸 즐기는 수 밖에 없다.

 

늦은 밤에 도착해 하룻밤을 보낸 뒤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영국 남부 해안가인 Eastbourne이다.

 

<seven sisters, East Sussex(사진출처:http://wanderinggenealogist.wordpress.com/?s=seven+sisters&submit=Search)>

 

이스트본(Eastbourne)을 찾아간 이유는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작년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이 사진에 반해버렸고, '영국에 가게된다면 꼭 이곳을 찾아가리라'라고 맘 먹었었다. 그러니 이 곳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

 

사진 한장으로 이곳을 찾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간절히 원한다면 이루어진다고 했듯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좋다. 출장으로 기차를 타더라도 타고 있는 동안은 꼭 나만의 여행을 가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해주어 기차여행을 상당히 좋아한다. 특히 유럽의 기차여행은 속속들이 살펴볼 수 없는 단기여행자의 충족되지 못한 목마름을 어느 정도 해갈시켜 준다. 이번 여행에선 편안하게 1등석으로 이용할 수 있어 음료와 과자도 실컷 먹고 쾌적한 환경에서 다니니 훨씬 더 좋았다.

 

 

런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금새 도착한 브라이턴(Brighton)은 시끌벅적한 런던과는 공기부터 달라보였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이스트본이지만 브라이턴과 이스트본을 묶어서 함께 보자는 생각으로 브라이턴을 먼저 찾았다.

 

 

브라이턴은 그리 크지 않은 도시이기에(적어도 여행자에게는) 짧은 시간으로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버스투어를 할 수도 있지만 도보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면 도보여행을 추천한다. 일단 역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시가지 지도를 가지고 브라이턴 부두쪽으로 향하면 왠만한 볼거리들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좁은 길을 중앙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건물들은 하나도 똑같은 모양이 없다. 그래서 언제나 고개는 갸우뚱~ 눈동자는 데굴데굴~

참 반가운건 이 도시에 한국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상점을 만났다는 것이다. 창 너머로 포장 김치도 보이고, 라면도 보이고. 한국을 떠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반갑다니 역시 떠나봐야 제것의 맛을 안다. 최근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브라이턴 대학이 있어서인지 이곳에 영어를 배우러 오는 한국 학생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Clock Tower>

 

브라이턴이라는 도시...

 

Queen's Road를 따라 걷다보면 Clock Tower를 만나게 된다. 영국의 대표적 시계탑인 빅벤에 비하면 턱없이 초라해보일지 모르지만 Clock Tower는 브라이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빅토리아 시대에 만들어진 귀한 문화재이다. 작고 초라한 어촌마을이었던 브라이턴은 빅토리아 시대에 접어들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빅토리아 여왕의 큰아버지인 조지4세가 1823년에 로얄파빌리온을 완공한 뒤1840년 빅토리아 여왕이 앨버트공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면서 승승장구했다고나 할까. 이듬해에 런던으로 이어지는 기차가 생겼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브라이턴을 찾기 시작했다. 영국 첫 전동기차의 개통도 1883년 브라이턴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브라이턴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인 처칠광장(Churchill Square)에는 대형 쇼핑센터가 있다. 쇼핑거리, 놀거리, 먹거리를 한번에 해결하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바다가 멀지 않다는 걸 가르쳐주는 갈매기의 모습도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재미난 풍경이다.

 

 

아~ 저 멀리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늘은 왜 이리 꾸물한거지? 웅~

 

 

<성 바오로 성당>

 

바다를 향해가다 우연히 만난 성당인데 반갑게도 가톨릭 성당이다. 영국에서 가톨릭 성당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들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걸 알았다. 관심을 가지고 있어 그런진 모르겠지만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가톨릭 성당을 만날 수 있었다.

 

 

성당만 보면 들어가게 되는 건 무의식적 작용이 되어버렸다. 어느새 성당에 들어선 나를 보게 되니까.

 

 

입구로 들어오니 성당지기처럼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께서 식사를 하고 계셨다(빵을 드시고 계셨는데...). 들어서는 우리를 보시더니만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인사를 하시는데 오히려 식사 중 들어선 우리가 더 죄송해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성당을 소개하시면서 방명록과 지도에 쓰라하셔서 보니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있다. 의외로 우리동네에서도 다녀간 사람들이... 서울과 대전쯤 찍혀있어서 대구쯤에 나도 꾹~ 찍어 뒀다. 역시 유럽이 압도적이다.

안타까운건 East Sea가 아니라 Sea of Japan이라는 것이다. -,.-

 

 

성당건물이 심상찮다고 생각했는데 꽤 유명한 건축가가 참여하여 만든 건축물이다. 1848년 완공된 성 바오로 성당은 영국의 가톨릭 부흥기를 끌었던 당시 대표적인 고딕양식의 성당으로 스테인글라스를 퓨진(A. W. N. Pugin)과 켐페(C. E. Kempe)가 설계하였다. 퓨진은 영국의 유명한 건축가로 런던의 국회의사당 설계에도 참여했던 사람이다.

 

 

 

거대한 외부의 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작으면서도 화려한 모습을 지녔다. 하지만 그 화려함이 경박스럽지 않아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다. 우연히 만난 곳에서 의외의 즐거움을 만나고 작은 초 하나 켜 놓고 돌아나왔다.

 

이제 제대로 브라이턴 둘러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