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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시코쿠(四國)

자연을 닮으려는 손길이 만든 특별 명승지, 리쓰린 공원(栗林公園)

 

 

 

 

 

 

 

리쓰린 공원(栗林公園)은 자타공인 시코쿠 여행에서 빠져서는 안될 여행지로 꼽힌다. 일본에서 지정한 국가 특별 명승지일 뿐만 아니라 미슐랭(Michelin) 가이드 그린버전(Green Guides)에서 최고 등급인 ★★★("일부러 여행할 가치가 있다")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여행자의 선호에 따라 천차만별의 평가를 받는게 여행지의 운명이겠지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여행지도 있기 마련, 미슐랭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일부러 여행할 가치"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코쿠에 왔다면 꼭 한번은 둘러볼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구에서 휠체어나 유모차를 대여할 수 있다.

 

 

 

 

국가 명승지라는 특별한 이름은 보기에 아름답다고만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리쓰린 공원의 역사와 더불어 일본식 정원의 특징, 식물과 돌이 현재의 자리에 배치된 이유 등을 설명하고 있는 오디오 가이드를 입구에서 대여할 수 있다(200¥). 눈에 보이지 않는 풍경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지도출처: 리쓰린 공원 홈페이지(http://ritsuringarden.jp)

 

 

 

 

 

리쓰린 공원은 다이묘가 만든 일본 회유식 정원의 백미라 불린다. 정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집약적으로 볼 수 있다. 인접한 아시아 국가라 해도 중국과 일본, 한국의 정원은 확연히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니 여행에서 이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일본은 정원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그들 종교의 영향이 크겠지만 특히 자연에 깃든 신을 숭상하여 산이나 바위, 물의 배치 등이 무엇보다 강조된다. 산을 만들고, 연못을 만들고, 하물며 물을 구할 수 없는 곳은 모래로 결을 만들어 물을 표현하니 그들의 노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회유식 정원이란 대체로 규모가 큰 정원을 뜻한다. 거실이나 찻집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정원을 좌관식 정원이라 하고, 이곳처럼 넓은 지역에 걸쳐 연못을 파고, 언덕을 만들어 가지각색의 식물을 심어 놓은 것을 회유식 정원이라 한다. 이런 회유식 정원에는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관람할 수 있는 곳에 다실을 만들어 놓고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 즉 회유식 정원은 거닐며 자연과 함께 숨쉴 수 있으며 그 속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그런 곳을 뜻하는 것이다.

 

  리쓰린 공원은 입구에서 2가지 산책코스로 나눠진다. 우측(남)으로 60분 코스, 좌측(북)으로 40분 코스!

      모두 다 둘러봐도 좋겠지만 한 코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우측 60분 코스를 선택하는데 특히 겨울엔 좌측 코스에선 그리 볼거리가 많지 않다.

       (여름엔 연꽃과 다른 꽃들로 아름다웠을 듯 한데 겨울의 초입인 지금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입구에 들어서 사누키 민예관과 상공장려관을 지나면 튼실한 기념식수 5그루가 있다. 1914년 일본 왕실에서 방문하여 심은 기념식수부터 1922년 영국의 에드워드 8세가 심은 기념식수가 나란히 서 있다. 그 중 하나는 2005년 벼락을 맞아 죽었는데 그대로 남겨 두고 있다.

 

 

 

 

 

리쓰린 공원에 있는 1,400여개의 소나무 중 최고의 품격을 가진 소나무라 한다. 소나무를 받치고 있는 바위는 거북이를 상징하고,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소나무의 가지들은 학의 날개짓을 표현한 것이란다. 최고의 소나무인 만큼 다듬는 이 또한 리쓰린 공원에서 가장 권위를 가진 정원사 1명 만이 가꿀 수 있다고 한다. 설명을 들어서인지 스물스물 날아오를 듯한 기개가 느껴지기도 한다.

 

 

 

 

 

 

온갖 정성을 다해 기른만큼 각양각색의 소나무들이 군집되어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키의 소나무들은 우리 동네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작은 화분의 분재를 땅으로 옮겨 놓은 듯한 소나무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이 아니다. 알고 보니 300년이 넘개 가지치기를 해가며 만든 모양이란다. 정원사의 땀과 손길이 만든 예술품인 셈이다.

 

 

▲ 꽃들이 사라진 정원에서 꽃의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는 붉은 열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정원이 최고의 정원이라는 생각을 가진 터라 일본식 정원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인공적으로 만들긴 했지만 자연의 모습을 최대로 담고 있다고 자부하더라도 자연미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인공미"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일본 정원은 여타의 인공미와는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회유식 정원의 하이라이트는 다실의 위치에서 알 수 있다. 과거 번주가 이용하던 큰다실을 지금은 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사방이 모두 뚫려있어 원하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앉아 향이 그윽한 차를 한잔 들고 있으면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다. 이곳에서 보는 난코호수(南湖)가 리쓰린 공원의 절경이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대편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더 멋진 풍경인 듯 하다.

 

 

 

 

 


12월의 중순을 넘어선 날임에도 가을 빛을 머금고 있다. 울긋불긋한 단풍의 절정은 아니지만 분명 겨울엔 이르지 못한 풍경이다. 그 풍경을 담기 위해 웨딩촬영을 하고 있는 예비 부부... 리쓰린 공원은 예비부부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인 듯 하다. 이 날만도 2쌍의 웨딩촬영을 보았으니 말이다.

 

 

 

 

 

 

리쓰린 공원에서 인상적인 것이 꼬마들의 허벅지 만한 잉어들이다. 입을 벌리고 있으면 (약간의 과장을 보태어)아이들의 주먹도 들어갈 것 같다. 매점에서 팔고 있는 먹이를 사서 던져주면 생존의 기로에 선 잉어들의 사투를 볼 수 있다.

 

이곳에서도 우동을 판다고 하는데 들리는 소문(?)에는 별로 맛이 없다고... ^^

 

 

 

 

재미난 풍경을 뒤로 하고 난코 호수의 절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인 히라이호(飛来峰)에 오른다. 간혹 히라이호를 그냥 지나쳐가는 분들을 봤는데 Oh~ NO~!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진정 리쓰린 최고의 풍경이라 할 수 있다. 후지산의 모습을 따라 만든 인공산! 이곳은 결코 놓쳐서는 안될 곳이다.

 

난코 호수 주변이 리쓰린 공원의 초석이 되어 400살을 앞두고 있다. 그 시간을 담고 있으니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너무 크다.

 

잠시 절경을 감상하시길...

 

 

 

 

 

 

 

일본 사람들은 "숨은하트찾기"를 너무 좋아한다. 유명 공원마다 하트를 숨겨놓고 찾으면 '행운이 온다'던가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포장한다. 숨은하트찾기에 담긴 그들의 심리적 특성은 무엇일까? 아니면 문화적 특성? 볼 때마다 너무 궁금해진다.

 

 

 

 

 

리쓰린을 즐기는 특별한 방법 중 하나는 뱃놀이를 하는 것이다. 물길을 가르며 바라보는 리쓰린의 풍경은 땅을 딛고 바라보는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줄 듯 하다. 뱃사공 아저씨의 위트있는 설명도 함께 한다니 언어적 센스가 있다면 한번 해 볼만하겠다. 아마도 이곳을 별장삼아 지내던 다이묘들이 이렇게 여유를 즐기지 않았을까.

 

또 다시 만난 웨딩촬영팀. 나무의 푸른 빛과 그들의 옷이 의외로 잘 어울리는 듯 하다.

 

 

 

 

 

다시 상공장려관과 사누키 민예관으로 돌아와 민예관을 들어섰는데 안타깝게도 휴관이란다. 공사로 인해 장장 15개월간 문을 닫는다는 아쉬운 소식을 뒤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남쪽 공원을 한 시간여 동안 산책을 마치고 그냥 돌아나오기가 아쉬워 나머지 반을 둘러보기로 했다. 하지만 왜 남쪽 공원을 주 산책로로 이용하는지 금새 알아차렸다. 2개의 넓은 연못을 중심으로 풍경을 이루고 있는데 이 연못 중 하나는 부용지(연꽃연못)로, 다른 하나는 오리사냥터로 이용했던 곳이라 늦가을의 풍경은 시간의 한계를 넘어버린지 오랜듯 했다.

 

 

▲ 오리사냥터

 

 

 

에도시대에 사용했었던 오리사냥터를 복원한 모습인데 오리사냥의 방법이 너무 인상적이다. 수문을 열어 오리를 내보낸 다음 중앙의 작은 구멍으로 오리의 상태를 관찰한다. 그리고 사냥의 때엔 저렇게 그물로 오리를 잡는다. 그림으로 보기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적잖이 재미났을 듯 하다.

 

자연스러운 풍광을 담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자연을 닮기 위해 노력한 그들의 수고는 인정해야 할 듯하다. "일본식"이라는 이름을 걸고 보는 리쓰린 공원은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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